흙 묻은 손으로, 가을을 땄어요
엄마 아빠와 나란히 장갑을 끼고, 작은 손길 하나에도 생명을 살리는 뜻이 있음을 배운 하루
엄마 아빠도 함께, 가족봉사단 다 모였다!5월에 풀을 뽑던 그 농원에, 가을이 되어 다시 왔습니다.
이번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온 가족이 같이요.
장갑을 끼기 전에 먼저, 교육영상 「봉사의 의미」를 마음에 담았어요.
그리고 하루 종일, 그 문장들을 몸으로 따라 써 보았습니다.
농촌은, 우리 밥상이 시작되는 곳
늘 마트 진열대에서 만나던 배 한 알. 오늘은 그 한 알이 자라는 자리에 직접 섰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생명을 나누는 곳
가족과 나란히 조끼를 입고, 물을 나눠 들고 농원 길을 걸었어요.
비늘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나무 문패가 먼저 반겨 줍니다.
영상의 첫 인사가 정말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물은 내가 들게, 같이 가자!
문을 지나, 농원 안으로
다시 만난 문패, 안녕!
농원의 10월 풍경인애농원은 흙과 작물만 사는 곳이 아니래요. 지렁이와 곤충,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서로의 생명을 존중하며 함께 숨 쉬는 터전입니다.
코스모스가 가르쳐 주는 ‘함께 살아가는 법’
영상에서 본 코스모스가 길가에 정말 피어 있었어요.
해충을 밭 바깥으로 이끌고, 거센 바람을 누그러뜨리고,
무당벌레 같은 천적에게 머물 자리를 내어 준다는 꽃.
죽여 없애는 대신, 서로 공존할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알고 나서 다시 보니, 꽃이 아니라 선생님 같았어요.
밭을 지키는 분홍 울타리
코스모스 옆을 지나, 오늘의 일터로지배자가 아니라, 창조의 동반자
아이도 어른도 노란 상자에 나란히 앉아 수녀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요.
이곳은 수확량보다 흙의 자생력을 먼저 생각합니다.
화학 제초제도, 살충제도, 화학 비료도 없이 비와 바람과 햇빛을 기다려요.
사람은 자연을 다스리는 주인이 아니라, 함께 돌보고 가꾸는 동반자니까요.
수녀님, 잘 들을게요
아이도 어른도, 귀는 쫑긋
다 같이 한 곳을 바라보며내가 가진 것을 생명에게 건넵니다
시간을 내어놓고, 내 몸의 힘과 노력을 내어놓고, 땀과 정성을 나눕니다.
누군가의 일거리를 대신하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생명에게 건네는 ‘나눔’이에요.
“작은 손길 하나에도 생명을 살리는 뜻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보탠 손길은 세 가지. 하나씩 그 뜻을 따라가 볼게요.
흙에게 덮어 주는 까만 이불
제초제를 쓰지 않는 밭은 풀과 다르게 지내는 법을 찾아야 해요.
그래서 잎을 떨군 포도나무 아래, 길게 덮개를 깔았습니다.
부모님과 아이가 짝을 지어 쫙 펴고, 무릎을 꿇고 손바닥으로 꾹꾹.
망치로 핀을 박아 바람에 날리지 않게 붙잡았어요.
둘이서 꾹꾹, 주름 없이!
먼저 잘 보고 배우기
선생님 옆에서 한 수 배워요
망치질은 나한테 맡겨
우리가 깐 길, 저 끝까지!



봉지 속에서 익은 한 해의 결실
5월에 가지를 살피던 그 과수원에, 배가 주렁주렁 달렸어요.
봄부터 가을까지 내린 햇빛과 비와 바람이 봉지마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까치발을 들고 팔을 쭉 뻗어, 상하지 않게 살살 땄어요.
두 손에 올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조심조심, 집중!
저 위에 있는 것까지
다 같이 팔을 쭉!
두 손으로 감싸서
나란히 서서 하나씩


딴 배는 손에서 손으로
상자가 차곡차곡 차올라요





햇빛이 만든 색
한 입 먹어 보니, 달다!허리를 숙여, 뿌리가 자랄 길을
마지막은 너른 밭. 허리를 숙이고 돌을 하나하나 골라냈어요.
손에 쥐면 한 줌도 안 되는 일이지만, 다음에 심길 작물에게는 길을 열어 주는 일입니다.
여기도 하나, 저기도 하나
허리는 아파도 끝까지
장갑 낀 손으로 살살
이 넓은 밭을, 한 걸음씩쉬고, 먹고, 글로 남긴 하루
땀 흘린 뒤에는 노란 상자를 식탁 삼아 둘러앉았어요.
같이 땀 흘린 가족과 먹는 간식은 언제나 꿀맛.
그리고 오늘 느낀 것을 소감문에 꾹꾹 눌러 적었습니다.
일하고 먹는 간식이 제일!
상자 식탁에 둘러앉아
나눠 먹으면 더 맛있어
오늘도 수고했어, 브이!
다 같이 쓰는 중
오늘을 한 줄씩
생각을 고르고 골라나란히 보탠 손길, 가족이라 더 든든한
집에서는 엄마 아빠가 나를 돌봐 주지만,
오늘은 온 가족이 나란히 서서 흙과 나무를 돌봤어요.
같은 나무 아래에서 같은 배를 따고, 같은 상자에 걸터앉아 쉬었습니다.
시간과 땀을 내어놓는 일도, 함께하니 훨씬 가벼웠어요.
같이 딴 배, 한 아름!
배만큼 환한 얼굴
부모님도 오늘은 봉사단
노란 상자에 둥글게 앉아, 오늘을 나눈 시간“우리는 흙을 돌보면서 우리 자신도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합니다”
내 시간과 정성을 나누고, 내 몸의 힘과 땀을 나누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내 손을 보태는 것.
생명과 생명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내어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손을 보탠 가족들, 한자리에손길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기도가 되어
오늘 우리가 내어놓은 시간과 노력, 땀과 정성이 이 땅의 생명을 살리는 힘이 되기를.
따뜻하게 맞아 주신 인애농원 수녀님들, 함께해 주신 부모님들, 고맙습니다.
둘째 · 넷째 주 주일 오후 1시, 빈청에서 만나요

